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첫번째 실패 조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름하여 '샵인샵 문구점' 프로젝트입니다. 동네 로컬 책방에서 진행하는 이 작은 프로젝트는 책장 한 칸을 계약해서 3개월간 자신만의 기획과 아이디어로 서점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저는 능소화가 만개한 한 여름 우연히 방문한 서점에서 '한칸 서점'이라는 매력적인 기획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한칸 서점'의 매력
'한칸 서점'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장 한 칸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책방에서 작은 모임도 열 수 있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도 덤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꿈꿔왔어요. 언젠가 사람들과 지방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함께 일궈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 장소에서의 작은 시도들을 바탕으로 더 큰 시도들을 하고 싶었어요.
첫 시도, 기록을 주제로
그래서 저는 망설임 없이 '한칸 서점'을 계약했습니다. 첫 시도인 만큼 제가 즐거워야 지속성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작은 서점의 주제를 '기록'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기록'을 아주 좋아합니다. 일기, 여행기, 그리고 작은 메모까지 모든 기록을 사랑해요. 그 중 특히 일상을 진솔히 담아내는 솔직한 기록들을 좋알합니다. 사람의 기억이란건 얄팍해서 기록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관성대로 미래를 꾸려가게 되더라구요. 과거의 나 자신을 반추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기록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기록을 돕기위한 문구와 책들을 준비할 예정이었어요.
어떻게 꾸려갈까?
- 도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죠. 너무 거창한 주제보다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스낵 같은 책들을 진열하고 싶었어요. 가벼운 그림 일기부터 사진 콜라주 작업이 포함된 예술적인 작업까지 영감을 줄 수 있는 책들을 선별했습니다. 기록과 관련된 책들 그리고 블라인드 보따리로 제가 좋아하는 시집들을 골라뒀습니다.
- 문구: 3개월간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소재를 조금 더 추가하고 싶었어요. 한 여름 동안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니 부제로 '여름'을 잡으면 어떨까 생각해서 여름에 어울리는 문구들을 골랐습니다. 여름도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죠. '초여름', '한여름', '장마', '윤슬' 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닮은 꾸러미를 만들려했어요. 아래 이미지는 저의 아이디어 노트 일부에요.
- 기록: 제가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모습을 기록하려 했습니다. 블로그와 인스타를 병행할 예정으로 그 과정을 시시각각 블로그에 하나하나 업로드할 예정이었죠.
- 그로스해킹 강의에서 배운 것들 써먹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구글 태그 매너저를 심어두면 방문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최적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태그 매니저를 직접 심을 수 없지만, 링크를 통해 블로그로의 유입을 늘리는 전략을 구상했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포스트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블로그 덧글 이벤트 등으로 사람들의 방문과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었어요. 메타 광고를 통해 프로젝트 인스타 계정을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하면 블로그에도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어요.
- 인스타 계정 만들기: 인스타는 어떻게 운영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저의 개인적인 본격적으로 개업을 한 것이 아니니 일상 기록 계정에 프로젝트 홍보를 섞어 인스타를 꾸릴 생각이었어요. 일반적인 기록이 아니라 '그림 일기'라는 주제를 정하고 인스타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그림이지만 아날로그적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갑작스러운 폐업
운영이란건 원래 어려운 거죠. 책장 한 칸을 꾸미면서 나만의 작은 서점을 운영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어려움을 만납니다. 계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가 시작되었고 책방이 누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지류를 판매하는 책방 특성상 빗물은 치명적입니다. 결국 책방은 보수에 들어갑니다.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짠! 하고 열 수 있었습니다! 하는 만화 같은 엔딩이자 스타트를 맞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러 어른들의 사정들이 겹쳐서일까, 한칸 서점을 운영하던 책방은 갑작스럽게 폐업을 선언합니다. 좋아하는 일과 연관지어 프로젝트를 하는 게 처음이라 조금 우울하더라구요.
첫 실패에서 배운 것
첫 실패에서의 큰 배움은 '자영업의 길은 험난하다' 입니다. 나만의 공간을 꿈꾸다가도 이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갈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네요. 제가 사는 지역을 으레 문화적 불모지라 일컫는 사람들이 많은데(사실, 서울 경기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방이 그렇죠)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책방 지기님과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지방에도 좋은 리소스가 많다! 다만 발굴될 기회가 부족할 뿐!' 이러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잘 연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지역 예술가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의 계획
저의 작은 책방 겸 문구점은 시작도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저의 기획들을 실험해볼 기회도 없이 끝을 마주했다는게 아쉽네요. 하지만 다른 어느 곳에서든 시작도 못하고 엎어진 기획들이 많겠죠? 낙담은 했지만,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책방은 잠시 덮어두고 다른 계획을 짜고있는 요즈음입니다. '저'라는 사람을 조금 더 내보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구요. 일단 재정비를 하고 다음을 도모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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